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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얘기했다.

“그 책에 쓰여진 건 다 헛소리야.”

그는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다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빈 커피잔에 노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미안, 말이 너무 심했던 것 같아.“

그는 다짜고짜 내게 사과했다.

나는 별 생각 없다가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고민했다.

“괜찮아, 이츠키” 나는 말했다.

이츠키는 애써 괜찮은 듯, 안경을 치켜 올리며 어른스러운 척 다리를 고쳐 앉았다.

“많은걸 바라지 않아.” 나는 무심한 듯 툭 내뱉었다.

“사실 지금 이 책을 읽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

지금 당장 이 책을 불태워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그렇다고 앞에 놓여진 크렘브륄레가 너무 달콤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쳇베이커의 음악이 흘러나와서가 아니야.

자세히 말하고 싶진 않아.

이것에 대해서 억지로 설명하려 하면 머릿속이 뒤엉켜,

마치 페퍼로니가 많이 올려진 피자같이 비슷한 생각들이 이곳 저곳에 흩어져 정리가 되질않아,

그저 바라는 건 하나야.

도심 한가운데 우연히 걸음을 멈추어 우두커니 서서 어딘가를 볼 때

내 시선과 이츠키 시선의 끝이 맞는 것. 그것뿐이야.“

나는 말을 내뱉은 후 그제서야 이츠키를 바라보았다.

“그런 거 알겠어?”

 

이츠키는 토라져서 말했다.

“내가 어디를 바라볼지는 나도 잘 몰라.”

”괜찮아. 지금도 완벽해.“ 나는 말했다.

”완벽해?” 이츠키가 대답했다.

 

“언젠가 한번은 내가 숨죽이지 않고 풀숲에 들어갔음에도 반딧불이들은 도망치지 않았어,

오히려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반딧불이들은 내 주변을 감싸 이윽고 하나의 선이 되었지.

그리고 반딧불이는 내 손끝을 타고 끊임 없이 올라갔어."

"이츠키 지금 너가 그래.”

 

나의 말이 끝나자 반딧불이는 사라지고 우리에겐 밤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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